중동 사태에 따른 공급망 위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전쟁 등 유사시 에너지와 생필품을 안정적으로 수송할 수 있는 '국가 전략상선대' 도입이 추진된다.
한국해운협회는 이를 위해 88척 수준인 국가 필수선박을 200대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화물의 국적선 수송 비율을 법제화해 해운 안보를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2일 서울 여의도 해운협회 본사에서 열린 한국해양기자협회 기자단 간담회에서 "최근 호르무즈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변화가 일상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억류 선박 지원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제의 혈맥인 해운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전략상선대' 200척으로…에너지 안보 법제화 추진
협회는 먼저 전쟁 등 유사시 에너지와 생필품을 안정적으로 수송할 수 있는 '국가 전략상선대' 도입을 추진한다.
현재 88척 수준인 국가 필수선박을 평시 물동량의 약 40%를 감당할 수 있는 200척 규모(잠정)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당장 100척을 지정하고, 추가로 1년에 10~20척씩 건조해 확대해 나가는 방안이다.
국가 필수선박은 전시 등 비상사태나 해운·항만 기능에 중대한 장애가 발생했을 때 주요 물자의 안정적 수송을 위해 운영하는 제도다. 정부는 국가 필수선박 지정에 따른 선사의 손실금을 지원한다
양 부회장은 "원유, 가스 등 핵심 에너지 화물의 국적선 적취율(수송 비율) 제고를 법제화하고, 전략물자를 운송하는 선사의 해외 매각을 방지하는 등 대량 화물 수송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민간 신분인 선원들이 전쟁 지역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군인 신분 전환 등 신분 보장책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억류 중소선사 생존 위기…정부 지원 절실"
양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업계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 억류 사태를 꼽았다.
현재 해협 내에는 26척의 국내 선박이 갇혀 있는데 이 가운데 10척은 보유 선박이 4~5척에 불과한 중소선사 소유다. 선박이 장기간 묶일 경우 운임 수입 없이 비용만 발생해 중소선사의 경영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양 부회장은 "선박 1~2척이 묶이는 것만으로도 중소선사에는 경영상 치명타"라며 "정부가 선박들이 조속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지출과 자금 조달 문제에 대해서도 보전 대책을 건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령 단기간 내 종전이 되더라도 보험사가 안전하다고 인정해야 선박 운행이 재개될 수 있어 통항 정상화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에 나선 것과 관련해선 "지난주 일부 선박들이 1척당 약 200만 달러(배럴당 약 2달러) 수준을 내고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비용이 굳어진다면 유가 상승으로 직결될 것이지만 한시적으로라도 이렇게 통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