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최근 중국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물량을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해운사를 운영해 미국으로 수출 물량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미국과의 관세 전쟁이 더욱 확산·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커머스에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28일 중국 해운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를 연결하는 허더(合德·Hede)항운의 컨테이너 항로가 올해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허더항운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북미항로 진출을 선언했다. 현재 허더항운은 중국과 미국 서안을 매주 왕복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항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허더는 중국 허베이항만(河北港口)그룹 산하의 외항해운사다. 허베이항만그룹이 중국 허베이성에 위치한 주요 국유 독자기업임을 감안하면, 허더 역시 중국 정부의 입김을 강하게 받는 해운사로 분류된다.
중국 현지 해운 전문가들은 허더항운이 중국에서부터 미국 서안까지 운송하는 물동량의 상당수가 이커머스 관련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허더항운은 5000TEU 이하급 중소형 컨테이너선을 해당 항로에 배치했다. 화물을 모두 채우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대형 컨테이너선보다 훨씬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어 빠른 배송이 중요한 이커머스 시장에 적합한 구조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는 미국의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분석된다. 일반 기업이 대규모로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미국에서 판매할 경우 먼저 엄청난 규모의 관세를 부담한 이후 이를 다시 소비자에게 판매해야 하기에 리스크가 매우 높다. 반면 이커머스 방식이라면 관세 부담이 바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에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만 미국에서도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제동을 걸기도 했다. 앞서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은 800달러 미만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면제해주던 '소액 면세 제도'(de minimis)를 5월부터 폐지하고 3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발 소액 소포 관세는 이후 90%, 120%로 급격히 상향 적용됐다.
그러나 중국발 소액 소포 관세 조치는 5월 중 미국과 중국이 서로 경쟁하듯 부과했던 초고율 관세를 한시적으로 대폭 낮추자고 합의한 이후 120%에서 54% 수준으로 대폭 인하됐다.
테무·쉬인 등이 주도한 중국발 소액 소포는 지난 수년간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미국에 들어오는 소포 중 면세 채널로 들어오는 소포가 90%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 중 60%는 중국발로 파악됐다.
중국 상해 현지에서 만난 김성준 고려해운 상무는 “현지에 와서 살펴보니 이머커머스 회사가 200만개 이상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허더항운은 국유기업인데 지난해 미국 항로를 바로 시작하고 아직도 유지하고 이런 것을 볼 때 이커머스에 상당히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중국 상해에서 근무하는 임재진 장금상선 상무도 “옛날에는 누군가 관세를 내고 상품을 판매했다면 지금은 각 소비자들이 하나씩 수입하는 식이라 산더미 같은 물량이 들어와도 이전보다 관세가 많지 않다”며 “단기적으로 관세로 인한 급변이 굉장히 심한 상황이라서 해운사 입장에서 관세 영향으로 물류의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