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행정부의 고율 관세 폭탄으로 전 세계 공급망이 재편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일 양국의 해운협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해양기자협회는 일본의 유서 깊은 해운회사인 NYK(일본우선회사)를 찾아 해운의 방향타를 점검했다...<<공동취재 부두진 쉬핑데일리 국장, 김의철 뉴스로드 국장>>

▲어떤 기업이든 50년 이상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NYK 는 100년을 넘어 140년, 이제 200년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렇게 장수할 수 있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많은 위기와 기회가 있었을텐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NYK는 1885년, 미쓰비시 우편 증기선 회사와 교도운수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이래, 끊임없는 혁신과 위기 극복을 통해 140년을 넘어선 지금까지 생존하고 발전해 왔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장수할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요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시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유연한 경영 전략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선박과 승무원을 잃고 파산 직전까지 갔지만, 곧바로 재건에 나서며 특정 화물 전용선 운항, 컨테이너화 등 변화하는 해운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했습니다.
둘째, 기술 혁신과 선제적 투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일본 최초의 완전 컨테이너선 하코네 마루(1968), 세계 최초의 대형 LPG 운반선 브리지스톤 마루(1962), 그리고 최근에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암모니아 연료 선박 사키가케(2024)까지, 항상 기술을 선도하는 자세로 시장을 이끌어 왔습니다.
셋째,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확고한 철학도 NYK의 지속 성장에 중요한 축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단순한 해운기업이 아닌 ‘종합 물류기업’으로 성장하며, 최근에는 탈탄소화와 ESG 경영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Sail Green, Drive Transformations 2026"이라는 중기 경영 계획을 통해 환경, 사회, 사람을 아우르는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해양 분야 탄소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넷째, 인재에 대한 투자와 글로벌화입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사업 확장과 함께, NYK-TDG 해양 아카데미 개교(2007) 등 인재 육성에도 적극적이었으며, 전통적인 일본 중심의 승무원 체계에서 다국적 선원 체제로 전환해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조직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고객, 주주, 직원, 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신뢰 관계가 바탕이 되었기에, NYK는 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NYK는 단순히 오래 살아남는 기업을 넘어, 미래 세대와 지구 전체의 안녕을 위해 기여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해운업계 탈탄소화가 진행중입니다. NYK는 대체연료를 LNG와 암모니아에 집중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자세하게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NYK 그룹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국제 기준인 GHG Protocol에 따라 Scope 1과 2, 그리고 일부 Scope 3 배출량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왔습니다. Scope 3은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으로, NYK 그룹과 일부 계열사에 국한된 범위에서만 데이터를 수집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2024 회계연도부터는 수집 범위를 전면 확대했습니다. 일본 내외의 모든 주요 연결 자회사와 중요한 지분법 계열사를 포함하여 Scope 1, 2, 3에 대한 데이터를 보다 포괄적으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특히 Scope 3의 경우, 이전에는 몇 가지 범주로만 제한되었던 데이터 수집을 GHG Protocol이 정한 15개 전체 범주로 확대했습니다. 그 결과, NYK 그룹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투명한 공개가 가능해졌습니다.
이 조치는 당초 계획보다 1년 앞서 실행된 것으로, ‘NYK 그룹 탈탄소화 스토리’에서 제시한 로드맵을 앞당긴 것입니다. 이른 시일 내 데이터 정확성을 높이고, Scope 3 배출량 감축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보다 전략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또한, NYK는 2011 회계연도부터 제3자 기관의 검증을 통해 배출량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해왔으며, 이번 2024 회계연도 데이터 역시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아울러, NTT 데이터와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Scope 3 중 범주 8, 10, 12, 14에 해당하는 배출량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앞으로도 NYK는 2050년 순배출 제로(Net-Zero) 달성을 목표로, 데이터 집계 및 분석 역량을 고도화하고, 배출 감축을 위한 실효적 전략들을 지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NYK는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우주전략기금사업 채택을 받아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재사용형 로켓의 해상회수시스템에 대해 지난 달 24일 일본선급(‘ClassNK’)로부터 전체 시스템 구성의 컨셉 승인(AiP)을 받았습니다. 선박을 포함한 우주 개발 관련 시스템에 대한 ClassNK로부터의 AiP 취득은 이번이 첫 사례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보다 자세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NYK가 추진하고 있는 재사용형 로켓의 해상 회수 시스템이 지난 7월 24일, 일본선급(ClassNK)으로부터 AiP(Approval in Principle)를 받은 것은 매우 상징적인 성과입니다. 이 AiP는 단순한 선박 설계에 대한 승인이 아니라, 해상에서 우주 발사체를 안전하게 회수하기 위한 통합 시스템 전체—즉, 착륙 갑판, 포획 장치, 원격 조종 시스템, 안전 설비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복합 시스템의 기술적 타당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AiP는 ClassNK가 우주 개발과 관련된 시스템 전반에 대해 처음으로 부여한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해운과 우주라는 전혀 다른 산업의 접점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NYK는 이 과정을 통해 해상 회수 시스템의 기술적 안전성과 실현 가능성을 외부에서 공인받았고, 이는 향후 실증 시험 및 상용화를 위한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저희는 이번 AiP 취득을 계기로 관련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일본의 우주 산업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NYK가 주주들을 위한 많은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가지 사례만 알려주세요.
저희 NYK는 주주 여러분과의 신뢰를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투명하고 성실한 정보 공개, 그리고 건설적인 소통을 주주 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먼저, 정보 공개에 있어서는 도쿄증권거래소의 규정을 철저히 준수할 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판단에 필요한 비공식 정보도 가능한 한 자발적으로 저희 IR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주총회나 주요 경영 현황에 대한 영상과 자료를 다국어로 제공하고 있으며, 외국인 주주분들도 쉽게 접근하실 수 있도록 전자투표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죠.
배당 정책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있으실 텐데요. 저희는 안정적인 수익 환원을 중요하게 여기며, 단기 이익보다 장기적인 총주주환원율(TSR)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ROE나 ROIC 같은 자본 효율성 지표를 기반으로 재투자와 주주환원을 균형 있게 설계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른바 ‘전략적 주식 보유’에 대한 기준입니다. 타사 지분을 단순히 관계 유지 차원에서 보유하기보다는, 경제성과 명확한 목적성을 매년 이사회에서 엄격히 평가해 필요시 매각하는 방향으로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의결권 행사 또한 마찬가지로,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검토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습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저희는 외부 이사를 3분의 1 이상 두어 이사회 내 독립성과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외부 이사가 주축이 되는 위원회가 참여해 이해 상충 없이 투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들을 통해 저희는 ‘모든 주주는 평등하다’는 대전제 아래, 개인이든 기관이든 국내외를 막론하고 동일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해운업계는 매출 규모면에서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에 이어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해운업의 위상이 커지고 있는데요, 일본에서의 해운업 위상은 매출이나 고용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어느 정도일까요?
한국에서는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거대한 조선소들이 있고, 조선업 자체가 상당한 위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일본은 해운업체들의 규모가 조선업체들보다 크고, 실제 위상도 더 높다고 생각이 됩니다.
▲NYK 등 일본 3사는 컨테이너부문을 분사해 ONE를 만들었는데, 우선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실제로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요?
아시다시피, ONE는 컨테이너 부문에서 상당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컨테이너 부문을 제외한 다른 사업에서는 각사가 독립적인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포괄적인 말씀은 드리기 어렵습니다.
▲미국 관세가 90일간의 유예기간이 마무리되고, 8월1일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입니다. 관세문제가 글로벌 해운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시는지요?
아무래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로 대안을 모색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아주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아닐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북극항로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컨테이너선보다는 드라이 벌크와 LNG 등이 북극항로에 적합하다는 지적이 우세합니다. 일본 해운업계도 북극항로에 관심이 많은지 알고 싶습니다.
일본 해운업계에서는 ONE의 멤버인 MOL이 북극항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NYK가 그에 대해 자세한 말씀은 드리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