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고율 관세 폭탄으로 전 세계 공급망이 재편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일 양국의 해운협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해양기자협회는 박문수 한국선급 일본대표(동경지부장)를 만나 일본에서의 선급 동향을 물었다...<<공동취재: 한국해양기자협회 부두진 쉬핑데일리 편집국장, 김의철 뉴스로드 편집국장>>
박문수 한국선급 일본대표 [사진=한국해양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최근 일본 유명 선주로부터 여러척의 신조선을 한국선급에 입급했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축하드립니다. 일본 선주들이 거의 대부분 NK를 쓰는 걸 생각하면 꽤 이례적인데요.
박문수 대표: 맞습니다. 일본 선주를 단기간에 설득하는 건 사실상 어렵습니다. 이번 건은 몇 년, 아니 수년 동안 관계를 이어오면서 쌓아온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죠. 누가 갑자기 해서 된 게 아니라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결과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선박들이 들어오나요?
캄사르막스 벌커, 파나막스, 뉴캐슬막스, 핸디막스, MR탱커 등이죠. 나머지 물랑은 협의 중입니다. 재미있는 건 전부 중국에서 건조되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 조선소들은 여전히 벌크선을 건조하는데도 중국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일본 조선소들은 기성품 찍어내듯 기존 설계로 배를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하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기존 설계대로 건조하지 않는 경우에는 중국의 선가 경쟁력이 훨씬 크죠. 일본 선사입장에서는 상당한 가격 메리트가 있습니다.
▲한국 선사들도 일본에서 발주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우진선박이 13K 케미컬선을 시타노에조선소에서 8월 인도 예정이고, 우신해운도 같은 조선소에서 동형선을 내년 4월 인도받을 예정입니다. 팬오션은 오시마조선에서 63K 벌커 6척을, 디엠쉬핑은 후쿠오카조선에서 19.7K 케미컬선을 건조 중입니다.
▲일본 시장 공략에 KR이 공을 들이는 모습이 보입니다
맞습니다. 이번 입급 덕분에 이형철 KR 회장도 도쿄에 자주 오고 있고, 일본 유력 해사전문지 인터뷰도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오랜 기간 공을 들였던 오사카의 한 선주는 오너가 갑자기 별세하면서 상속세 문제로 회사가 사모펀드에 넘어가, 영업이 무산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습니다.
▲한중일 조선업 경쟁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한 중국 조선 관계자가 그러더군요. 중국과의 선가 차이가 30% 정도 나는데, 그 가격에도 9% 정도의 이익이 남는다고요. 한국과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저가 경쟁을 계속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중국이 벌크선 시장을 장악하고, 그때는 전 세계가 중국에 발주를 의존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가격을 올려도 대응할 방법이 없죠.
▲결국 일본 시장 공략은 장기전이라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이건 마라톤입니다. 이번 성과를 계기로 일본 시장에서 KR의 입지를 더 넓혀갈 생각입니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