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과 일본 정부의 물류 구조 개편이 맞물리면서 한일 해운 시장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 일본에서 30여개 지방항을 연결하며 현지 영업을 총괄하는 남성해운 일본 법인장 김진석 대표를 만나, 물동량 흐름과 운임, 신조 발주 계획, 그리고 새로운 사업 구상을 들었다...<<공동취재: 한국해양기자협회 부두진 쉬핑데일리 편집국장, 김의철 뉴스로드 편집국장>>

▲ 최근 한일 간 물동량에 변화가 있습니까?
김진석 법인장 : “7월까지는 큰 문제 없이 유지됐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8월 초부터 ‘오봉’이라고 불리는 장기 휴가가 시작됩니다. 올해는 9일부터 17일까지 이어지는데, 이 기간에는 공장 가동이 거의 멈춰 물동량이 뚝 떨어집니다. 9월부터 물량을 다시 유치해야 하는데, 상반기보다 쉽지 않을 겁니다.”
▲일본의 ‘드라이버 24’ 제도가 해상물류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이 제도는 트럭 운전사의 시간외 근무를 연간 960시간, 하루 최대 13시간으로 제한합니다. 장거리 육상 운송이 어려워졌으니 해상물동량이 늘 거라고 처음엔 기대했죠.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일본 정부는 게이힌항(도쿄·요코하마·가와사키)과 한신항(고베·오사카) 같은 전략 컨테이너 항만을 중심으로 내항선 운송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내항선 확대가 한국 선사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정부가 내항선사에 보조금까지 지급하니, 부산항을 경유하던 일부 화물이나 지방항 취급 물량이 내항선으로 흡수됩니다. 한국 선사 입장에서는 ‘먹을 거리’가 줄어드는 거죠. 게다가 일본은 지방항도 살리고 메이저 항만도 키우겠다고 하는데, 두 목표가 서로 모순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최근 해상운임 추이는 어떻습니까?
“한일 간 운임은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 하지만 인건비와 기름값이 오르고, 일본 항만 노조가 춘투로 임금 인상을 하면 터미널 하역요금이 따라 오릅니다. 터미널 운영업체는 이 비용을 선사에 전가하는데, 저희는 화주에 그만큼 전가하기 어렵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나 공정거래위원화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전가를 선사들에게 요청하고있는 상황입니다."
▲일본발 물량 확대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물량이 늘려면 생산이 늘어야 하는데, 일본은 신규 공장 건립이 거의 없습니다. 일본발 화물의 70%가 종이류를포함한 스크랩, 중고차, 중고가구, 중고타이어 등이죠. 경기 침체가 오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품목들입니다.”
▲ 코로나 시기 실적이 좋았는데, 선박 투자 계획은 있습니까?
“남성해운 창업자(김영치 회장)가 (서울대) 조선공학과 출신이라, 수익이 나면 배당보다 신조 발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만간 4300TEU급 컨테이너선 발주 가능성이 있습니다. 건조지는 늘 그래왔듯이 한국을 원하지만, 최근 중국과의 선가 차이를 무시하기 어려울 만큼 많이 벌어졌습니다.”
▲새로운 사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지...
“해상풍력 발전 작업선을 건조하려고 합니다. 중국에서 만들 가능성이 있고, 배가 완성된 후에는 해외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넷제로(Net Zero)’ 흐름이 강해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부족합니다. 다만 보안 문제 같은 리스크는 관리가 필요하죠.”
▲일본 해운시장에서 남성해운의 입지나 평판은 어떻습니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저희가 가장 먼저 복구작업에 나섰습니다. 그때부터 현지에서 신뢰를 얻었죠. 지금도 30여개 지방항을 기항하며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본 정부 정책 변화에 맞춘 전략 전환이 필요합니다. 혼자 힘으론 어렵고, 국내 해운업계와 한국 정부가 함께 대응해야 합니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 지원을 받았습니다.>